소비자 행동 이해와 마케팅 목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듯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케팅의 성공, 실패는 소비자가 결정한다. 마케팅 문제는 실증적 문제(empirical question)이기 때문에 소비자 자료가 중요한 것이다. 마케팅 세가지 목표는 신고객 유치(Seeking Customers), 구매유도(Meeting Customers), 기존고객 유지(Keeping Customers)이다. 신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전달해 주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욕구와 문화적 특성과 트렌드에 맞는 이미지 전략이 필요하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좋아야 한다. 기존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계마케팅으로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고객 개척 전략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문화와 시장을 잘 알아야 한다. 문화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험회피성향(risk aversion)이 강하고 집단중심주의(collectivism)적이며 감성문화(high context culture)가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 감성코드 등을 알고 감성마케팅을 펼쳐나가지 못하면 고객과 대화를 나누기 힘들 것이다. 신제품의 확산 곡선을 보면 외국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출이 점점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좌우대칭의 확산곡선을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문화적인 특성에 의해 확산곡선이 오른쪽으로 기운 모습을 보인다. 왼쪽이 긴 이유는 위험회피성향이 강해서 시간의 경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급격한 확산커브를 그리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집단중심문화 때문일 것이다. 시장에서의 큰 성공을 Tornado(돌풍)현상, Tsunami(해일)현상,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Killer App, 영화 산업에서는 Blockbuster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시장에서 확산이 일어나는 변곡점을 Tipping Point라고 말하는데 이것을 예측할 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문화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외국의 모델을 적용한다면 적중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 트렌드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출산율의 저조와 인구 고령화의 가속화이다. 그래서 실버마켓이 갑자기 커지게 되는데 여기에 대한 대비가 마케팅의 중요 이슈가 되고 있다.

Geoffrey Moore의 간극이론(캐즘이론 : Chasm Theory)에 의하면 조기시장과 주류시장 사이에는 chasm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기시장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주류시장의 특성을 잘 알아야 시장의 확산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시장의 특성은 앞서 말한 위험회피성향, 집단중심주의 성향, 감성중심적인 성향인데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고 대처해서 소비자들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위험회피성향은 보장 마케팅(Guarantee Marketing)전략이 필요하고 집단중심주의 성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견선도 마케팅(Opinion Leadership Marketing)이나 구전마케팅 등이 필요하다. 감성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이 최근에 많이 화두가 되고 있다.

보장 마케팅 전략(Guarantee Marketing)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더라도 제품 구매에 따른 지각된 위험이 있다. 금전적 위험, 기능적 위험, 신체적 위험, 심리적 위험, 사회적 위험, 시간적 위험이 제품 구매에 따른 지각된 위험이다. 첨단 기술 제품 수용에 따른 위험도 있는데 혼란(chaos), 예속(enslavement), 진부화(obsolete), 무능력(incompetence), 비효율(inefficiency), 소외감(isolation), 주의 분산(disengaging) 등의 위험이 있다. 소비자들이 위험을 감소하기 위한 행동으로 비교쇼핑, 구전에 의존, 품질보증, 유명 브랜드 선택, 브랜드 충성도 등이 나타난다.

Self Service 마케팅도 일종의 보장 마케팅 전략이다. 남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하다는 것인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Full Service가 사람들을 안심시켜주는 일인 것 같지만 스스로 하는 Self Service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FedEx의 경우 회원으로 가입하면 스스로 소포를 봉투에 넣어서 보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보장 마케팅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 A/S, 환불, 교환 등과 같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또한 구매후에도 항상 Follow-Up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Happy call, Sorry call과 같은 것이 필요하고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실수를 인정하고 전화라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LG 홈쇼핑이나 CJ몰과 같은 홈쇼핑 회사에서는 물건이 제대로 갔는지에 대해 전화를 활용한 Follow-Up을 하고 있다. 고객의 경조사나 결혼기념일 등을 챙겨주는 리마인드 마케팅(Remind Marketing)으로 덕을 볼 수 있다. 항상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열려 있다. DM, TM, EM, SM 등을 활용해서 소비자와 접촉하는 것이 소비자들을 안심시켜주는 것이다.

의견선도 마케팅 전략(Opinion Leadership Marketing)

의견선도 마케팅 전략에는 구전 마케팅(WOM Communication),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추천 마케팅(Referral Marketing)이 있다. 고객은 똑같은 고객이 아니고 고객 중에 사회적인 영향력이 강하고 혁신성향이 강한 고객들이 있는데 이런 고객들을 활용하여 입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다. 르노삼성의 SM5가 입소문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제조업체에서도 입소문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는데 미국의 P&G의 경우에는 주부체험단을 모집해서 이 사람들을 통해서 신제품이 나오면 테스트하고 좋으면 이 상품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입소문 마케팅을 하고 있고 사람을 끌어다 주면 인센티브를 주는 추천마케팅을 하고 있다.

우리가 최근에 흔히 볼 수 있는 커뮤니티 마케팅도 구전마케팅의 일종이다. 기업에서 이런 커뮤니티를 후원해주고 활용함으로써 커뮤니티에 대한 충성도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커뮤니티 마케팅(Community Marketing)이다. 가장 좋은 사례가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카페서비스이고 할리데이비슨의 클럽 마케팅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층과 대화를 나누고 마케팅을 하기 위해 온라인의 다음 카페나 싸이월드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이나 P&G의 경우 여러 가지 Community를 하고 있다.

체험 마케팅 전략(Experiential Marketing)

1999년 Bernd Schmitt가 주장한 체험마케팅은 사람들의 이성에 호소하지 말고 감성에 호소하라는 것이다.

◆감각 마케팅 (Sense Marketing) : 사람들의 오감을 충족시키는 여러 가지 마케팅 활동으로 스타벅스가 좋은 사례이다.

◆감성 마케팅 (Feel Marketing) ; 소비자들의 감성에 소구하고 개인화(personalization)된 서비스를 제공해 줌으로써 소비자를 끄는 마케팅이다.

◆인지 마케팅 (Think Marketing) :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티저 광고와 같은 마케팅이다.

◆행동 마케팅 (Act Marketing) : 구매현장에서 즉석에서 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마케팅이다.

◆관계 마케팅 (Relate Marketing) : 커뮤니티 마케팅과 같이 소비자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마케팅이다.

◆문화 마케팅 (Culture Marketing) : 소비자들이 좋아하고 즐겨찾는 문화예술 등을 간접적으로 후원해줌으로써 소비자들이 기업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마케팅이다. 문화 마케팅은 직접적인 하드 셀링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감성적 소구 광고로는 유머 광고, 온정 광고, 향수 광고, 애국심 광고 등이 있다. 삼성전자의 ‘마음까지 이어주는 디지털 세상’, ‘또 하나의 가족’과 같은 광고는 온정 광고의 예라고 볼수 있다.

불황기 마케팅 전략

공격적 마케팅이 가장 절실한 시점은 호황기보다는 불황기이다. 위기관리경영의 연장선상에서 계획적이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현재의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불경기가 찾아왔을 때 광고비 절감, 마케팅비용 절감 등의 무조건적인 비용절감 위주의 전략은 화를 초래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ntel, Dell, 싱가포르 항공, Tylenol 등의 글로벌 브랜드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여 지금은 확고부동한 브랜드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불황기일수록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핵심역량을 강화해서 우리의 상품을 차별화하고 많이 판매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관련 상품을 다각화시켜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Michael Porter의 선택과 집중과 같이 시장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 확실한 원가우위의 전략으로 박리다매(薄利多賣)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던지 아니면 제품차별화나 틈새전략으로 고가전략을 통해서 VIP 마케팅을 할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Stuck in the middle)에 빠져 있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VIP 마케팅을 보면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일반고객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2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Bloomingdales라는 고급 백화점은 1:1 마케팅을 하는데 쇼핑 도우미가 VIP 고객이 오면 필요한 것을 알아내서 쇼핑과정을 따라다니면서 도와준다.

디마케팅(Demarketing)도 VIP 마케팅의 하나이고 상품의 희소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신용카드 회사에서 고객 필터링 프로그램으로 우량고객에게만 집중해서 카드를 발급하는 경우가 있고 명품 마케팅도 많은 양을 판매하지 않고 적은 양의 제품을 판매한다. 루이뷔통의 경우 한 고객이 일년에 똑같은 제품을 두개 이상 사지 못하도록 한정판매 전략을 하고 있다. 네슬레는 분유로 유명한 회사이지만 모유 먹이기 캠페인으로 신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정고객의 유지

고객이탈률을 5%만 감소시켜도 순이익의 25~85% 증폭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고정고객은 가격에 비교적 덜 민감하고 고정고객에 대한 광고, 판촉비는 1/5로 절감되어 비용이 절감된다. 고정고객을 통해 Re selling, Cross selling, Up selling 가능하며 구전효과(Word of mouth communication)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고정고객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 CRM이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CRM의 기본 개념도 선택과 집중의 원리이다. 정보기술을 이용, 고객의 과거 거래자료를 분석하여 시장을 소비자들의 로열티별로 나누어서 서비스를 개인화(Segmentation and Personalization)하는 것이다. 주로 많이 쓰이는 세분화 기준으로는 고객평생가치를 RFM(Recency, Frequency, Monetary) 방식으로 따지는 것이다. 시장을 일반고객, 고정고객, 우량고객, 초우량고객으로 나누어 서비스 차별화, 개인화, 고객 활성화를 해야 한다.

CRM의 한계점과 해결방안

과거 구매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예측력이 떨어지며 우수고객의 기준, 서비스 차별화의 범위가 모호하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우리나라 정서에 잘 맞지 않는다. 지나친 기술중심적 CRM은 고객관리철학의 부재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CRM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VIP 시장으로부터의 수익의 일부를 재투자해야 하며 고객 평가를 동태적,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자료와 병행해서 분석해야 하며 이미지 마케팅, 전사 광고(publicity)를 병행해서 VIP 마케팅을 하더라도 대중들과의 끈을 이어나가야 한다.

불황기 마케팅 믹스 전략

브랜드 관리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여 시장 커버리지는 극대화하고 브랜드 오버랩은 극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신제품 출시보다는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 또는 리뉴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심기능에 충실한 기본 제품이 뜨기 때문에 기본 제품(core product)의 핵심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주변제품이나 제품 라인의 다양화는 자제하여야 한다. 군살 없는 핵심효용만을 만족시키는 기본충실형 제품이 성공할 수 있다. Southwest Airlines 항공사는 항공사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는데 이것은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1위가 되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해서 너무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한 것이다. 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을 비싸게 받는 항공사보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다 줄이고 싸면서 핵심기능에만 충실한 서비스가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다익선, 다기능 상품은 외면당하기 쉽다.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 주는 상품이 뜨기 때문에 자연친화, 환경친화적 상품, 휴식과 안정을 주는 문화상품, 안전에 관련된 상품(Home Security)이 각광을 받고 있다.

불황기에는 목돈이 들어가는 구매보다 상품의 기능만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렌탈 서비스가 인기가 있다. 미국의 청소도구, 파티, 결혼용품, 턱시도 등과 같이 사용빈도가 낮고 가격이 비싼 상품,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은 상품일수록 렌탈 서비스에 맞는다.

강력한 촉진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가격을 무기로 한 할인 이벤트는 효과가 감소된다. 광고비 예산을 삭감하여 가격인하 전략을 펼치는 경우 가격경쟁이 일어나서 자멸의 위험이 있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판촉전을 전개해야 한다. 맥주업계에서는 맥주축제, 해변축제, 야간시간 광고 등의 판촉을 할 수 있고 백화점에서는 프로야구 관람권, 한의원 건강검진권, 찜질방 이용권 등으로 판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촉진전략은 고객 데이터 입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신뢰 마케팅은 솔직하고 합리적인 마케팅으로 이미지 광고도 중요하지만 믿을만한 제품 정보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s)를 성실하게 운영하고 사회윤리적 마케팅으로의 지속적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이문규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교수 /